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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굴 탐험가의 마지막 여정

MeRCuRyNim 2023. 7. 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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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 콜린스(Floyd Collins)는 미국의 동굴 탐험가였다.

다른 동굴탐험가들보다 동굴에 대한 지식이 월등히 높았던 그는 10살 때부터 동굴 탐험을 하며 동굴 안에 있던 원시인들의 유물들로 돈을 버는 일을 시작했다.


100년 전의 동굴 안은 무법지대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에 여러 불량배들이 콜린스가 발견한 동굴의 소유권을 요구하며 흉기를 들고 협박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험한 상황을 몇 번이나 겪게 된 콜린스는 동굴을 좀 더 비밀스럽게 사용하기로 마음먹는다.

어느 날 콜린스는 켄터키주에서 매머드 동굴을 발견하게 되고 그곳을 사업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혼자서 동굴의 비좁은 틈을 이곳저곳 탐험하며 돌덩이 등의 동굴 구조물을 치우며 통로를 넓히는 일을 하고 있었다.


동굴의 이곳저곳을 정리해 나가던 중 기름으로 불을 붙이던 랜턴은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랜턴 안의 불이 깜빡이기 시작했고 어둠 속에서 작업을 할 수 없었던 콜린스는(공포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어두워서) 다음날 다시 작업을 이어나가기로 마음먹고 그곳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동굴을 나오던 중 콜린스의 실수로 인해 랜턴이 완전히 꺼져버렸고 콜린스는 순식간에 어둠 속에 갇히게 되었다.


처음 왕래하던 동굴이 아니었기에 콜린스는 크게 당황하지 않고 어둠 속을 더듬어가며 천천히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콜린스의 손이 벽에 붙어있던 암석을 건드렸고 암석이 콜린스의 발목에 떨어지게 된다.

당황한 콜린스는 암석을 밀쳐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석회 동굴이 아닌, 자갈과 암석의 비율이 높았던 매머드 동굴은 오히려 더욱 콜린스의 몸 위로 더욱더 많은 돌덩어리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좁은 동굴의 통로에 갇힌 콜린스는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몸을 움직이려 할수록 천장에서 더욱 많은 자갈과 돌이 떨어졌다.

날카로운 종유석들이 가득한 바닥에서 콜린스는 살려달라고 외치다 지쳐 잠들기를 반복하며 25시간을 버텼다.


콜린스의 실종을 주변 사람들이 매우 늦게 알아챘는데
평소 콜린스는 3곳의 거주지를 두고 번갈아가며 생활했고, 혼자서 조용히 동굴을 오가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콜린스의 오랜 부재를 눈치챈 사람들이 드디어
그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콜린스가 갇힌 곳까지 도달하려면 폭 10인치 정도의 매우 좁은 구간을 포함하여 좁아도 너무 좁은 동굴 길을 기어가야만 했다.

콜린스가 매머드 동굴에 있다는 것을 최초로 보고한 사람은 17살의 보석상으로 그도 콜린스처럼 평소에 동굴을 잘 드나들었지만, 그런 그도 10인치 정도의 통로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결국 콜린스의 형제인 호머 콜린스가 직접 좁은 공간을 기어들어가 콜린스와 3미터 거리까지 접근하여 약간의 먹을거리를 전달했지만, 통로가 너무 좁아 콜린스를 누르고 있는 바위를 치우지는 못했다.


호머는 몇 번을 왕복하며 손가락의 속 피부가 드러날 때까지 삽질을 했지만 플로이드를 구하지 못했다.


콜린스 소꿉친구인 조니는 플로이드의 상체 부분 천장에 공간을 만들어 구출하는 방법을 시도했고, 플로이드를 밧줄로 묶어 당기려 했지만 엄청난 고통 때문에 구조는 잠시 중단되었다.


동굴 밖에는 콜린스의 소식을 접한 수백 명의 군중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입에서 입으로 유언비어들이 퍼지기 시작한다.

'콜린스라는 가짜 조난자를 이용해 지역을 홍보한다',

'콜린스 가족들이 홍보를 위해 일부러 콜린스의 구조를 막고 있다',

'콜린스는 이미 구출되었는데 쇼를 하고 있다'는 등의 헛소문이 남발했다.


콜린스의 호흡 여부를 듣기 위한 청음 장치


시간의 140여 시간이나 지났고 콜린스는 점차 의식을 잃어 가고 있었다.

콜린스의 구조 작전은 켄터키주에서 군대의 관할로 넘어가게 된다.


군이 나서서 콜린스를 구하려고 시도했지만, 동굴의 벽이 일부 무너지는 등 난항을 겪게 되었고, 고심 끝에
그들은 콜린스가 있는 곳 근처까지 수직굴을 파는 것이었다.

작전의 예상은 30시간 이내에 콜린스에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예상치 못한 단단한 바위를 만나며 굴착 속도는 현저히 더뎌지기 시작했다.


결국 구출 작전은 30시간이 아닌, 굴착을 시작한 지 260시간 경과 후, 그리고 조난 시점으로부터 약 400시간이 지난 후에 콜린스에게 도달했지만
콜린스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콜린스의 시체를 회수하기 위한 시도는 시체를 건드리자 천장이 매우 불안정해져 결국 회수하지 못하고 철수하게 되었다.


콜린스의 시체는 이후 광부들이 굴을 파내어 회수했는데 콜린스를 짓누르고 있던 바위의 무게는 불과 12kg이었다고 한다

아버지인 리 콜린스는 토마스 박사에게 아들의 시신을 동굴내부에 유리로 덮인 관을 씌워 전시한다는 정신 나간 제안을 단돈 만 달러를 받고 수락하게 된다.
(콜린스의 시신은 후에 도굴 시도까지 있었다고 한다)


1961년 미 정부는 이 동굴을 구매했고 그 이후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잠정 폐쇄시켰으며, 1989년 콜린스의 시체를 공동묘지에 이장시켰다.

콜린스는 비로소 안식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조사결과 매머드 동굴은 무려 405마일에 달하는 통로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세계에서 가장 긴 동굴로 확인되었다.


"당신은 너무 느려요... 너무 느리다고요.."
- 플로이드 콜린스 -

미국의 탐험가.

동굴에 갇힌 그를 구출하려는 구조대에게 한 말.

1887. 07. 20~1925. 0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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