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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었던 기계의 반란

MeRCuRyNim 2023. 7. 3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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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8월 16일 아침, 미 해군은 2차대전 때 활약했던 전투기인 F6F헬켓을 빨갛게 도색하여 무인 표적기로 개조한 F5F-5K헬켓을 운용 중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캘리포니아 남부의 비행장에서 이륙한 헬켓은 태평양을 향해 이동하여 신형 암람 7 공대공 미사일의 표적이 되어 파괴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응답을 멈추는 사소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당시 헬켓에는 원격조종이 먹통이 될 시에 자동으로 추락하는 장치가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젯거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자동 추락 장치가 항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작동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헬켓이 정확히 LA로 기수를 돌려서 비행하기 시작하자 사태의 정도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헬켓이 LA로 날아가 추락하여 혹시나 민간인 사상자라도 난다면 해군은 엄청난 문책을 당할 것이었다.


당시 미 해군은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비행선을 격추할 만한 요격기가 없었기 때문에 서들러 공군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이 시기의 미 공군은 소련의 핵 폭격기에 대한 방어를 위해 기지마다 요격기가 있었고, 해군의 급박한 전보를 접한 공군은 다급히 근처 옥스나드 공군기지에서 F-89D스쿨피온 두 대를 출격시켜 헬켓을 요격하기 위해 아주 빠르게 쫓아갔다.


당시 F-89D에는 208발의 요격용 로켓이 구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폭격기도 단번에 요격해 버리는 이 로켓이라면 헬켓 정도는 쉽게 격추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이들은 애프터버너를 점화하여 단시간에 고도 9100m 상공에서 헬켓을 발견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발견된 상황에서 바로 격추시킨다면 지상에 있는 민가에 잔해가 떨어져 인명피해가 날 수 있으니 미 공군은 민가가 거의 없는 지역에서 격추하라는 명령을 하달했고 다행스럽게도 헬켓 전투기는 민가가 거의 없는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제 이곳에서 헬켓을 격추하려 했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F-89D에는 위의 구조와 같은 사격통제장치가 있었지만 마치 무인기에게 연민이라도 느낀 것처럼 사격통제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LA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파일럿이 수동으로 격추시켜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헬켓 전투기가 갑자기 회피기동 (사실 그냥 빙빙 회전했다)을 하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정확도는 거의 0%에 수렴하게 되었고,
겨우 한발의 로켓이 날개에 맞았지만 헬켓과 함께 폭발되지 않고 그대로 튕겨나가게 된다.


그러는 사이 헬켓은 항로를 바꾸어 이번엔 팜데일의 시내로 방향을 틀었다.

요격기들은 어떻게든 무인기를 막으려 남아있는 로켓을 마구 난사(실제로는 요격 확률을 높이려 3번에 걸쳐서 조준사격) 했지만 단 한 발도 맞지 않았다.

결국 208발의 로켓을 모두 소진한데다 애프터버너로 연료까지 바닥이 나버린 스쿨피온 전투기들은 베이스로 복귀하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 또 하나의 오류가 발생하게 되는데 원래 아이티 로켓에는 자폭신관이 내장되어 있어 일정 거리를 날아간 이후 스스로 자폭해 지상에는 피해를 주지 않게 설계되었지만 이 자폭장치마저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난사된 수많은 로켓들은 끔찍하게도 그대로 지상으로 쏟아지게 되었다.


이 오류 때문에 지상의 이곳저곳에 떨어진 로켓들은 화재를 일으켜 숲 200헥타르를 불태웠으며 유류창고를 태우고 민가 여러 곳의 떨어져 유리창을
부숴버렸다.


트럭 한 대는 로켓을 직격으로 맞아 완전히 박살이 났지만 다행히 점심을 먹고 있던 두 명의 운전자가 잠시 나온 사이에 로켓이 떨어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어떤 로켓은 불발탄 상태로 부엌에서 발견되기도 했고 화약공장 90m 내 거리에서도 불이 붙은 채 발견되는 등 아찔한 상황의 연속이었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우려했던 헬켓 또한 연료가 떨어져 고도가 점점 낮아지다가 팜데일에서 약 13km 떨어진 사막에 추락하게 되었다.

헬켓은 비행 이후 추락할 때까지 전신주 3개를 부수면서 반란의 막을 내리게 됐었다.

이 사건은 아직까지도 '팜데일 전투'라고 불리며 전설적인 이야기로 회자되고는 하는데 전문가들도 아직까지는 그럴듯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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