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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호탕한 우리의 조상들 4

진정한 야인 김시습

헛되이 백이숙제를 굶겨 고사리 캐게 하는가 -진정한 야인 김시습 쾌라는 한자는 거리낌이 없다는 뜻도 있는데 세상을 미치광이처럼 떠돌면서 거침없이 살아간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불의를 질타하는 그들에게서 때때로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그들이 해냈기에 통쾌함을 느낀다. 동봉(東峰) 김시습(金時習)은 어릴 때부터 영민하고 시를 잘 지어 명성을 떨쳤다. 세조가 단종의 보위를 찬탈하자 머리를 깎고 중이 되어 떠돌면서 많은 일화를 남겼는데 그는 세속에 구애받지 않고 호쾌하게 그리고 미친 듯이 시를 읊고 방랑하며 한 세상을 희롱했다. 중이 되었으나 불법은 받들지 않으니 사람들이 그를 미친 중이라고 했다. 저잣거리를 지나다가 응시(凝視)하느라 돌아갈 것도 잊고 한곳에..

방랑 시인 김삿갓

선생은 선생 내불알(先生 來不謁)이다. - 떠돌이 시인 김삿갓 - 풍자와 해학에는 통쾌한 카타르시스가 있지만, 억눌린 자의 분노와 슬픔인 페이소스도 있다. 조선은 유학을 치도의 이데올로기로 삼은 나라로, 예(禮)가 사대부의 정신세계를 지배했으며 예에 벗어나면 강상의 죄가 되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 유학이 이처럼 지나치게 교조적이다 보니 그에 따른 폐해도 적지 않았는데 조상을 받들지 않으면 예에 어긋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하고, 효를 실행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았다. 향리의 백일장에서 자신이 할아버지를 비판했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는 하늘을 볼 수 없다며 평생 동안 삿갓을 쓰고 다녀 김삿갓(金笠)이라는 별호로 불리는 김병연(金炳淵)은 자신을 예의 울타리에 가둬 정신이 황폐해진 대표적인 시인이다..

송도 기생(妓生) 설매(雪梅)

왕씨도 섬기고 이씨도 섬기는 대감이야말로 ※노류장화(路柳墻花)가 아니더냐 - 송도 기생 설매 - 조선의 풍속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기생이다. 남자에게 술과 웃음을 팔기 위해 제도적으로 만들어진 신분이다 보니 그에 따른 애환과 이루지 못할 사랑 때문에 몸부림친 여인이 적지 않다. ※ 조선 시대의 기생은 아무나 꺾을 수 있는 길가의 버들과 담 밑의 꽃이라는 뜻으로 노류장화라 했으며 이 남자 저 남자 품을 떠돌며 애환을 쌓는 게 그들의 인생이었다. 기생은 양수척(楊水尺: 후삼국과 고려 시대에 떠돌아다니며 사냥을 하거나 고리를 결어 팔던 무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나 문헌 속에 뚜렷하게 등장한 것은 고려 건국 이후이며 조선 시대에는 제3의 계층을 이룰 정도로 많은 여자들이 기생으로 ..

신용개(申用漑)

국화와 대작하며 달빛과 노닐다 - 주신 신용개 - 세상이 어지러울 때 가뭄에 내리는 한 줄기 소낙비처럼 막힌 곳을 통쾌하게 뚫어주는 사람을 쾌인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것에는 권력자의 비리를 캐내어 진실을 밝히는 일도 있고, 권력을 남용하는 관리를 응징하거나 권위와 명분만 내세우면서 허위에 가득 찬 양반을 조롱하는 일도 있다. 성리학이 발달한 조선은 근엄한 유교의 나라지만, 한편으로는 풍자와 해학이 넘쳐났으며 양반이나 천민, 남자와 여자 할 것 없이 풍자와 해학을 즐겼다. 조선 중기를 지나면서는 《성수패설》《파수록錄》《기문총화記話》 등 많은 문집들이 우스갯소리만 전문적으로 기록했고, 《고금소총古今笑叢》은 옛날과 현재의 우스운 이야기를 망라했다. 이러한 문집들에 기록되어 세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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