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머큐리의 잡학 상식

몰라도 되는 몰랐던 이야기들(2화)

MeRCuRyNim 2023. 5. 27.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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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카메러 박사

헝가리 태생의 영국 작가 아서 케슬러는 어느 날 과학계의 사기 행위에 대한 작품을 쓰기로 했다. 
 
그 문제에 관해서 그에게 질문을 받은 연구자들은 과학계의 사기 사건 가운데 가장 불행한 것은 아마도 파울 카메러 박사와 관련된 사건일 것이라 주장했다.

카메러는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였다. 
 
언변이 뛰어나며 매력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이었던 그의 생물학적 발견들은 주로 1922년에서 1929년 사이에 이루어졌는데  는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자기가 살고 있는 환경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고 그 적응의 결과를 후세에 전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론은 다윈의 주장과는 정반대였다.

카메러 박사는 자기가 옳다는 것은 증명하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생각해 냈다.

그가 실험 대상으로 삼은 동물은 땅에서 생식을 하는 산두꺼비였다. 
 
그는 그 두꺼비들의 알을 구하여 물속에 넣었는데 그 알에서 나온 두꺼비들은 호수에 사는 두꺼비들의 특징을 보이면서 물에 적응하였다. 

두꺼비들의 발가락에는 검은 돌기가 있었는데 그 돌기는 수생 두꺼비 수컷으로 하여금 암컷의 미끈미끈한 살가죽에 매달려 물속에서 교미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었다. 
 
수중 환경에 대한 그 적응은 후세에 전해져, 그 새끼들은 발가락에 검은 돌기를 가지고 태어났고 결국 수중의 삶이 두꺼 비들의 유전자 정보를 변화시키고 그들을 수중 환경에 적응시킨 것이었다.
 
카메러가 그 실험을 통해 상당히 성공적으로 자신의 이론이 증명되었다며 주장하던 어느 날 과학자들과 대학 교수들이 그의 실험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싶어 했다. 
 
대형 강의실에 많은 기자와 청중이 모인 가운데, 카메러 박사는 자신이 사기꾼이 아님을 멋지게  증명해 보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실험 전날 그의 실험실에 화재가 발생하여 그의 두꺼비들이 모두 죽고 단 한 마리만 남았기에 카메러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 두꺼비를 가지고 나와 발가락의  검은 돌기를  보여 줄 수밖에  없었다. 


과학자들은 돋보기를 들고 그 두꺼비를 살펴보다가 폭소를 터뜨렸다.

두꺼비 발가락에 난 돌기의 검은 반점은 살가죽 속에 먹물을 주입해서 인위적으로 만든 것임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카메러의 사기행각이 폭로되자 강의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카메러는 일거에 신용을 잃고 자기 연구 업적을 인정받을 기회를 놓치고 만 것도 모자라 그는 모두에게서 배척을 받고 교수 직에서 쫓겨났다. 
 

다윈주의자들이 승리를 거둔 셈이었다.

유를 받으며 강의실을 떠난 카메러는 절망의 나날을 보내다가 끝내는 숲으로 달아나 입에 권총을 물고 자살하였다
 
는 간결한 글을 남겨 자기 실험의 진실성을 재차 주장하였고 '사람들 속에서보다는 자연 속에서 죽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렇게 자살함으로써 그는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기회마저 스스로 없애 버리고 말았다.

 이쯤 되면 누구나 카메러의 주장을 과학계의 가장 졸렬한 사기 사건으로 생각할 법하다. 
 
러나 아서 케슬러는 두꺼비의 교미』라는 책을 쓰기 위해 조사를 하던 중에 카메러의 조 교였다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남자는 자기가 바로 그 사건의 장본인이라고 실토했다. 
 
의 고백에 따르면, 그는 다윈주의 학자들 그룹의 사주에 따라 실험실에 불을 질렀고, 마지막 남은 변종 두꺼비의 살가죽 속에 미리 먹물을 주입해 놓은 다른 두꺼비로 바꿔 치기 했다는 것이다.

 

항상성(Homeostasys)

모든 생명체는 항상성을 추구한다.

<항상성>이란 내부 환경과 외부 환경 사이의 평형을 뜻하며 살아 있는 모든 구조는 항상성을 유지하는 쪽으로 기능한다.

새는 날기 위해서 뼛속이 비어 있고 낙타는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물주머니를 가지고 있다.

 

카멜레온은 포식자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살가죽의 색소 구성을 변화시킨다.

다른 많은 종(種)들과 마찬가지로 이 종들은 주위 환경의 모든 변화에 적응하면서 오늘날까지 스스로를 유지해 오는 데에 성공했으며 바깥 세계와 조화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 종들은 소멸했다.

항상성은 외부의 제약에 대해서 우리 기관들이 스스로를 조절하는 능력에서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평범한 사람들이 매우 가혹한 시련을 견뎌 내면서 거기에 자기의 신체 기관을 적응시켜 나가는 것을 보고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나 쥘베른의 신비로운 섬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인간의 능력을 찬양하는 소설들이다.

우리 모두가 완벽한 항상성을 끊임없이 추구해 나가는 이유는 우리 세포들이 이미 악착같이 항상성을 추구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포들은 온도가 가장 알맞고 독성 물질이 섞이지 않은 영양액을 끊임없이 갈망한다.

그러나 그것이 여의찮을 때는 그 상황에 적응한다.

 

술꾼의 간세포는 술을 절제하는 사람들의 간세포보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으며 흡연자의 허파 세포는 니코틴에 저항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미트리다테스 왕※은 자기 몸을 비소에 견딜 수 있게 만들기까지 했다.

외부 환경이 적대적일수록 세포나 개체는 이제껏 잠자고 있던 능력들을 계속해서 개발해 나간다.

 

※미트리다테스 왕

소아시아 북동부, 흑해 연안에 있었던 옛 나라 폰투스의 왕(기원전 132년경~기원전 63년), 폰투스 왕국의 가장 위대한 왕이자 마지막왕으로서 소아시아에 대한 로마의 지배에 맞서 세 차례의 전쟁을 벌였으나 실패하였다.

기원전 66년 로마의 폼페이우스 장군에게 결정적으로 패배한 뒤 크림 반도에 물러나 있는 동안 적들이 자기를 독살할 것을 두려워하여 스스로 독에 면역이 되도록 애를 쓴 것으로 유명하다.

<독물에 면역이 되게 하다>라는 뜻의 동사 <미트리아다티제mithriadatiser>는 바로 그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마요네즈

한 물질에 다른 물질을 섞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서로 다른 두 물질을 섞어서 그 둘을 승화시킨 제3의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 주는 훌륭한 증거가 존재하는데 마요네즈가 바로 그것이다.

마요네즈는 어떻게 만들까?

먼저 달걀의 노른자와 겨자를 샐러드 그릇에 넣고 나무 숟가락으로 휘 휘 저어 크림처럼 만들며 식용유를 조금씩 첨가한다.

기름이 완전히 섞여 들었으면,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리고 식초 20밀리리터를 넣어 맛을 낸다.

 


이때 중요한 것은 온도를 잘 맞추는 일인데 마요네즈를 잘 만드는 비결은 달걀과 식용유의 온도가 똑같아야 한다는 것이며 섭씨 15도가 이상적인 온도이다.

달걀과 식용유라는 두 재료를 결합시키는 것은 그것들을 휘 휘 저을 때 생기는 작은 기포들이다.

그렇게 해서 1+1=3이 되는 것이다.

마요네즈를 망쳤을 때는, 잘못 혼합된 노른자와 기름에 겨자 한술을 조금씩 첨가하면서 천천히 저으면 잘못된 것을 고쳐 마무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이때 단지 주의할 사항은 모든 일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요네즈는 하나의 소스일 뿐만 아니라 회화(그림)에도 응용된다.

 

플랑드르 유화의 그 유명한 기법은 바로 이 마요네즈의 기술에 바탕을 둔 것이다.

 

15세기에 반 에이크 형제는 완전한 불투명 물감을 얻기 위해 마요네즈 형태의 유화제를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하지만 회화에서는 물과 기름과 달걀노른자의 혼합물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기름과 달걀흰자의 혼합물을 사용한다.

 

관념권(觀念)

관념은 살아 있는 존재와 같다. 관념은 태어나서 자라고 번식하며, 다른 관념과 대결하다 마침내 죽음을 맞는다.


그렇다면 관념은 생물처럼 진화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다윈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가장 약한 것을 제거하고 가장 강한 것을 번식시키기 위해 관념들 사이에서도 선별이 이루어지지는 않을까?


1970년에 자크 모노는 우연과 필연이라는 저서에서 관념은 자율성을 가질 수 있으며 유기체처럼 번식하고 증식할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1976년에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책에서 <관념권(觀念)>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생물권이 생물의 세계이듯이 관념권은 관념의 세계이다.

도킨스는 이렇게 쓰고 있다.

"누가 어떤 창의적인 관념을 내 정신에 심어 준다면, 그는 말 그대로 나의 뇌에 기생하는 것이고, 그 생각을 전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나의 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신이라는 관념을 예로 든다.


이 관념은 어느 날 생겨난 뒤로 끊임없이 진화해 오고 전파되어 왔으며, 복음과 경전, 음악과 미술 등을 통해 중계되고 확대되었다.

또, 이 관념은 사제들을 통해 재생산되어 왔고, 사제들이 살아가는 공간과 시간에 맞도록 재해석되어 왔다.

그런데 관념은 생성하고 발전하고 소멸하는 속도가 생물보다 더 빠를 수 있다.

예컨대 카를 마르크스의 정신에서 나온 공산주의라는 관념은 아주 짧은 기간에 퍼져 나가 공간적으로 지구의 반에 영향을 미쳤다.

이 관념은 진화하고 변화하다가 결국은 쇠퇴하여 갈수록 소수의 사람들 에게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공산주의라는 관념은 그렇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라는 관념도 변화하게 만들었다.

우리의 문명은 관념에서 벌어지는 관념들 간의 투쟁을 통해 발전해 간다.

오늘날 컴퓨터는 관념들의 이동과 변이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인터넷 덕분에 관념은 예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게 되었으며, 경쟁자나 천적과 대결하는 일도 훨씬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인터넷은 좋은 관념들뿐만 아니라 나쁜 관념들을 널리 퍼뜨리는 데에도 아주 유용한 수단이 되는데 관념의 세계에는 <도덕>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생물의 세계에서도 진화가 어떤 도덕률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인터넷을 통해 어떤 관념을 전파하거나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관념을 퍼올 때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관념들은 이제 그것들을 창안한 사람들이나 전달하는 사람들보다 더 강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구의 돌연변이

어느날 대단히 빠른 돌연변이를 보이는 대구의 한 종(種)이 발견되어 연구자들을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차가운 물에 사는 이 종은 따뜻한 물에서 편안하게 사는 종들에 비해 다방면으로 많이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구들은 차가운 물에 살면서 온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특별한 생존 능력이 발휘된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3백만 년 전에 인류는 고도의 생존 능력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이 능력은 온전히 발휘되고 있지 않는데 현대의 사회에서는  이제 그 능력들이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능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대의 인간에게는 유전자 속에 감춰진 엄청난 능력이 있으며 다만 그것들을 일깨울 필요를 느끼지 않아서 다시 개발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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